전북 고창 구시포항에서 약 10km, 부안군 위도에서 약 9㎞ 떨어진 해상에 자리잡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이곳엔 3MW 풍력발전기 20기와 해상변전소로 구성된 총 60MW 규모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국내 최대 해상풍력발전단지다.
한국전력과 한수원 등 발전 6사가 공동 출자해 올해 1월 준공한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건설, 운영 등 과정에서 1500여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현재 수백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뉴딜의 첫 현장 방문지로 이곳을 찾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현재 124MW 규모인 해상풍력발전 용량을 100배 늘려 2030년 12GW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3면이 바다인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이를위해 정부는 올해 해상풍력 관련 예산으로 58억원을 편성한데 이어 3차 추가경정 예산에서 ‘그린뉴딜’ 명목으로 편성된 4639억원 가운데 195억원을 해상풍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그린뉴딜의 핵심으로 해상풍력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상풍력은 육지보다 더 풍부한 바닷바람을 확보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고,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로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관련 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청와대가 “해상풍력이 다른 발전에 비해 최대 열 배에 이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상풍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일찍부터 주목한 신재생에너지다. 전 세계는 지금 바다에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해풍을 재료로 청정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31일 산업부에 따르면 영국은 전세계 해상풍력 보급량(29.1GW)의 1/3인 9.7GW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했다. 지난해 1764MW 규모를 추가로 건설해 올해까지 보급목표 10GW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18년과 2019년 연속 신규설치량 1위(1.65GW, 2.4GW)를 달성하며 앞서가고 있고, 대만과 일본도 해상풍력 발전량을 수년 내 급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에너지전망 2019 보고서를 통해 세계 해상풍력 시장 규모가 2040년까지 매년 1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제주 바다에 100% 국산 시설로 조성된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돌입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해상풍력시대를 열었다.
제주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로 이어지는 해안에 500~1200m 떨어진 바다 가운데 자리한 탐라해상풍력단지가 바로 그곳이다. 8만1000제곱미터 공유수면에 건설된 탐라해상풍력단지는 1650억원을 투입해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3000kW급 풍력발전기 10기를 건설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85GWh로, 이는 제주도민 2만4000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대한민국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사진=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당초 설계된 1·2차년도 이용률 목표는 28.9%였지만 준공이후 2년동안 실제 이용률은 32.7%, 29.3%로 각각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육상 풍력발전소들이 통상 25% 내외의 이용률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탐라해상풍력단지가 창출하는 수익은 수백억원대로, 발전 수익의 일부를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마을회와 제주도에 매년 발전기금으로 환원하고 있다.
김동영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은 “공장 하나 없는 마을에 발전기금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주민들이 마을이 풍요로워졌다면서 반가워한다”며 "해상풍력과 연계된 사업까지 하다보니 오히려 부유해진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출연한 발전기금을 통해 조성한 리조트와 체험마을은 지역주민의 새 소득원이 됐고, 풍력단지 주변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식당과 카페 등 주변 상권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발전소 건설, 운영과정에서만 4만3000여명의 고용도 창출됐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같은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탐라해상풍력단지는 2006년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이후 첫 삽을 뜨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김동영 본부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만큼 막연한 불안감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며 “소음, 해양생태계파괴, 조망권 피해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를 했지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충분한 의사소통끝에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했던 소음문제는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풍력발전기 소음을 잡아줘 결과적으로 기우에 그쳤다. 해양생태계 파괴 문제 역시 어족자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해상풍력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어획량이 대폭 늘어났다.
두모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감태나 굴낙지를 비롯해 뿔소라가 과거보다 확실히 많이 잡힌다”며 “풍력발전기로 오히려 관광객이 늘어 조망권 피해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던 만큼 좀더 일찍 사업을 착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 방안’을 통해 탐라해상풍력단지와 같은 상생형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해상풍력단지 건설시 “계획수립 단계부터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발전수익이 지역주민께 돌아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한 것도 이때문이다.
바다에 시추봉을 꽂아 석유를 찾기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대는 끝났다. 바람이 전기를 생산하는 주요 자원이 되면서 해상풍력은 이제 가장 유력한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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