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면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데이터 레이블러(data labeler) 일자리가 90만개 생기고, 아프면 집에서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상병수당 제도도 도입된다. 부동산 거래나 의료 진료를 받을 때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도로 제어부터 열차 탈선 사고 뒤 후처리도 기계가 알아서 한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통해 제시한 달라질 우리사회의 모습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를 중심축으로 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미래형 산업 중심으로 19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속에서 ‘새로 생겨날 일자리’는 빨리 많이 만들고, 반대로 ‘사라질 일자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5년간 공공사업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버티고 도약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한국판 뉴딜 청사진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와 정부가 제시한 대표 과제 중 주목할 만한 사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박연미 경제평론가,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정철진 경제컬럼스트가 응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추진되며, 핵심에 디지털 뉴딜이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디지털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못하게 됐다. 경제·사회·교육·의료·행정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며, 우리 디지털 역량을 전 산업 분야에 연계시키면 선도형 경제로 거듭날 수 있다.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디지털 뉴딜이다. 디지털 뉴딜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이끄는 대안이 될 것이다.
‘디지털 뉴딜’에는 58조 2000억 원을 투자하고, 일자리 90만 3000개를 만들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디지털 정부 기반 최고의 행정시스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보유한 발군의 창의력과 기술력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을 활용하면 국가사회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촉진하고 확산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실행이 중요하다. 지금의 다원화된 추진체계를 전략회의나 당정 추진본부 중심으로 재편하고, 정책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디지털뉴딜이라는 마중물을 부어서 민간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주목할 사업=‘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데이터 댐’ 구축이다. 일례로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20년 추경 예산만 2,925억 원에 달하고, 데이터 구축을 통한 일자리도 약 3만5000명 이상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이유는 AI 학습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작업을 크라우드소싱 방법으로 수행하면 AI나 데이터 비전문가와 취약계층(경단녀, 노약자, 장애인 등)도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은 수집과 입력뿐만 아니라 검증과 품질관리 등 고난도의 작업도 수행하며 전반적인 데이터 공정관리도 필요하다. 데이터 숙련 작업자의 경우 충분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업무능력과 경력에 따라 정규직의 기회도 잡을 수 있고 전문가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AI 데이터 가공 사업은 단시간의 일자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데이터 관련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자리 사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거리 급한 국민들에 장마철 우산 돼 줄 것”
당초보다 사업비 규모를 두 배로 키운 ‘한국판 뉴딜’ 정책은 결국 사라지는 일거리를 대체할 새 일거리를 찾는 작업이다. 넉 달 연속 취업자 수가 줄고,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전 분야가 고전하고 있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공공 부문의 수요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초보다 두 배나 키운 사업비(160조원)의 규모도 이런 한국판 뉴딜 정책의 무게감을 반영한다.
물론 일자리는 민간이 만들고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시점에는 재정이 경기 방어를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 뉴딜’ 관련 66만 개, ‘안전망 강화’ 관련 34만 개의 일자리는 일거리가 급한 국민들에게 장마철 우산이 돼 줄 것으로 평가한다.
단 이번 정책의 목표는 한 계절 쓰고 마는 우산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구조의 재편 속에 두고두고 쓰일 연장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뉴딜’을 통해 만들겠다는 90여만 개의 일자리는 일회성 숫자 늘리기가 아니라,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대계의 시작이어야 할 것이다.
☞주목할 사업= 국내외 산업의 동향을 보면 ‘디지털’과 ‘수소 경제’로 일자리 우기를 견디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바람직하다.
미국에선 아직 양산차 한 대 없는 수소 트럭 회사 ‘니콜라’의 주가가 폭등했고,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자처하는 ‘테슬라’는 이제 주당 가격이 1000달러를 넘어 2000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테슬라의 닉네님이 ‘천슬라’에서 ‘이천슬라’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전 세계 수소차의 표준을 두고 경쟁 중인 현대차와 정부의 협업은 여러 가지로 기대해볼 만한 지점이 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현대차와 관련 주의 급등은 정책과 산업의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새로운 100년 설계 방향 잘 잡아”
코로나 이후 새로운 100년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한국판 뉴딜 핵심은 오는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재원은 주로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그리고 안전망 강화에 투입된다.
새로운 100년 설계의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디지털뉴딜은 비대면산업 육성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그린뉴딜은 저탄소친환경 경제체제로 전환을 추진한다. 이들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양극화를 고용 안전망 강화로 대응한다는 정부의 인식에 백번 공감한다.
특히, 그동안 한국이 갖고 있는 ICT(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하고도 의료계의 반발로 제자리걸음했던 비대면 의료를 추진한다는 점은 그 어느때보다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 코로나19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더 빠른 속도로 비대면의료 부분에 규제를 없애고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아직도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의료인들을 어떻게 잘 설득하고 중재하는냐가 한국판 뉴딜의 첫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방역의 성과를 비대면 의료 활성화로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 기술을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주목할 사업=한국판 뉴딜은 총 재원 160조원 가운데 정부가 114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정책프로젝트다. 재정투입은 1회성 사업이 아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 실질적인 투자와 일자리는 민간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그런 면에서 전기차로 세계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현대차와 국내 최대 데이터 플랫폼업체인 네이버의 동참은 다른 기업들의 롤모델 역할이 돼야한다.
이런 민간기업의 참여는 규제개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차기 정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한국판 뉴딜이 성과를 내면서 국민들에게 지속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정책의 지속성이 그만큼 한국판 뉴딜의 성패를 좌우할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판 뉴딜이란 추상적 개념이 상당히 구체화 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경제난 극복과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만드는 적절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핵심 축으로, 이러한 방향성으로 추진할 경우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업종이 발생하고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고용(일자리 창출)이 보완돼야 한다는 점도 동의한다.
또 이번에는 대통령이 10대 대표사업을 구체화 시켰다. 5G 보급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댐과 인공지능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과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그린 스마트 스쿨, 그린 산단 등이었는데, ‘한국판 뉴딜’이란 추상적 개념이 상당히 구체화 됐다고 본다.
☞주목할 사업=“2025년에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기록하겠다”고 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의 전기차,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이 현실적이었다.
특히, 최근 현대차, 삼성, LG, SK 총수와 ‘배터리’ 회동 부분도 향후 차세대 전기차 부분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수소 전기차와 배터리(2차전지), 전기장치(반도체 등등)부분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기업이 힘을 합친다는 점도 좋았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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