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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09 태극기 배지’…이들의 외침이 대국민 캠페인으로

20-06-24 11:50

본문

태극기 배지.jpg

 

“모든 세대가 공감·공유하는 보훈의 상징 희망122609가 0이 되는 그날까지”

 

2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옷깃에 한 배지가 달려있었다. 그 것은 바로 ‘122609 태극기 배지’.

 

청와대는 이날을 시작으로 26일까지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태극기 배지 달기 대국민 캠페인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 태극기’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122609’는 무슨 숫자일까? 아직도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6·25 전쟁 국군 전사자 숫자다.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미귀환 국군 전사자 12만 2609명을 기억하는 태극기 배지 달기 대국민 캠페인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 태극기’를 진행 중이다. 

 

이번 캠페인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광운대 학생들이 자발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정부가 확대 추진하고 민간기업들이 동참하는 새로운 형태의 민·관·학 캠페인으로 발전했다.

 

태극기 배지5.jpg

태극기 배지 캠페인을 처음 시작한 광운대 학생들이 디자인 싱킹 과정을 설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유진, 이정윤, 유지수, 윤재우 학생.

 

돌아오지 못한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 겨울부터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시작한 이종혁 광운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공공소통연구소장)와 학생들. 이 교수와 유지수(25), 윤재우(25), 이정윤(24), 정유진(22) 학생에게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올해 상반기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수업에서 ‘디자인싱킹’ 방법론을 배우며 태극기 캠페인에 참여했던 학생은 모두 9명이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거리두기 차원에서 네 명의 학생들만 대표로 만났다. 

 

인터뷰는 열 체크,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 예방수칙을 지키며 진행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날씨에도 네 명의 학생들과 이 교수는 태극기 캠페인 디자인 작업물을 들고 환한 얼굴로 반겨줬다.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122609폭발적인 반응·전량 소진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아직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2만 2609명(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2020년 4월 기준)의 호국영웅을 기억하는 태극기 배지 달기 대국민 캠페인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미발굴 전사자의 호국영웅을 상징하는 12만 2609개의 고유번호가 부여된 배지를 제작해 캠페인에 동참하는 국민께 전달한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9일부터 농협과 GS리테일을 통해 태극기 배지가 배포됐는데, 먼저 무료 증정 이벤트를 시작한 농협은 이틀 만에 3만 개가 마감됐다. 이어 15일부터 캠페인에 동참한 GS리테일은 ‘더 팝’ 앱과 전국 144개 GS25 편의점을 통해 9만 개의 태극기 배지를 선착순 전달했는데, 30분 만에 서버가 다운되고 하루도 안 돼서 전량 소진됐다.

 

♣국민이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은 ‘보훈’ 상징

 

공공캠페인 전문가인 이종혁 교수는 ‘보훈의 상징은 우리나라에는 왜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캠페인을 고안하게 됐다. 보훈의 상징? 있긴 있다. 바로 ‘나라사랑큰나무’ 배지. 그런데 젊은 사람들에게까지 공유되지 않으며 6월 호국보훈의 달, 많은 사람이 달고 다니지 않는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현충일인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영연방 국가에서는 종전 기념일인 11월 11일을 전후로 보훈을 상징하는 포피(poppy)라는 양귀비꽃 모양의 배지를 남녀노소 누구나 달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포피 캠페인 역시 민간에서 처음 시작됐고, 올해로 100년째를 맞이했다.

 

태극기 배지4.jpg

태극기 배지 캠페인 아이디어를 고안한 공공캠페인 전문가 이종혁 광운대 교수.

 

올해야말로 6·25 70주년인데, 국민 누구나 공유하고 싶은 보훈의 상징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 교수는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이 배지는 단순히 태극기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보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것은 본질을 다룬 것이다. 그는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감을 얻어야 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문제에 대한 답은 본질, 진정성 그리고 우리가 늘 실천하던 활동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에서 지금까지 70년간 이어지고 있는 활동, 바로 정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유해발굴사업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2014년에도 칼럼을 통해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중요성 및 호국영웅들의 희생을 후손들이 소중히 여기며 추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스토리를 모르고 처음 태극기 배지 모양을 보면 ‘태극기 모양이 뭐지?’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스토리를 듣는 순간 공감한다. 윤재우 학생은 “처음에 교수님이 태극기 배지만 보여줬을 때 ‘왜 굳이 요즘 같은 상황에서 태극기를 상징물로 했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캠페인 취지를 듣고 20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진행하면 뜻깊을 것 같아 오히려 교수님께 적극적으로 구체화해 말했다. 이번 태극기 배지 모양은 참전용사 유해 발굴 때 태극기를 덮고 묵념하는 상황에서 시선이 닿는 그 부분을 그대로 형상화했다.

 

♣디자인 싱킹, 20대도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어요!

 

단순히 디자인하고 상징을 뚝딱 만든 것이 아니다. 이 교수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의 협업”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훈의 상징을 찾다 보니 6·25전쟁 때 몇 명이 전사했는지, 유해 발굴한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잘 알지 못함을 깨달았다”면서 “6·25전쟁 만큼은 세대도 이념도 그 어떤 것도 관여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6·25 전쟁 때는 국토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초토화됐고, 그 이후 다시 일으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 그는 빅데이터를 통해 텍스트를 분석해보니 유해 발굴사업을 발견했고, 역사 속에서 가장 경외를 표하는 태극기를 발견한 것이다.

 

태극기 배지3-3.jpg

 

태극기 배지3.jpg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 태극기’ 디자인 모티브와 배지 실물.

 

관건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까?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긍정적이었다. 정유진 학생이 배지 실물을 처음 보고 드는 생각은 ‘우와! 예쁘다’였다. 특히 유진 씨는 “캠페인의 취지와 스토리를 들으면 우리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것이고, 갈라진 견해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태극기 배지는 오직 보훈을 뜻하며, 목숨을 다 바친 호국영웅들의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 세대가 계속 찾아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핵심은 ‘공감’이었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준 것도 아니었는데, 공감이 되니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또한 젊은 세대들은 얼마나 공감하고 참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캠페인을 조그맣게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캠페인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정윤 학생은 “SNS 중에서 2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사진에 최적화된 인스타그램으로 시작했다”며 “처음엔 각자의 인스타에 스스로 사진을 올리면서 주변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재우 씨는 “20대로 시작해서 젊은 층들이 8~90대 노년 계층을 감사·공경해 세대통합을 할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 주변 반응들은 태극기라는 프로토타입만 보고 의아했지만, 취지를 듣고선 모두 뜻깊게 생각하고 너도, 나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6월 6일 현충일을 앞두고 5월 마지막 주쯤 200개로 시작해서 동참하는 친구들이 많아져 금방 목표했던 500개가 동났다. 사람들이 가장 크게 놀랐던 것은 12만 2609라는 숫자였다. 정윤 씨는 “10만이 넘는 미수습 참전용사들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대략적인 수치가 아니라 정확한 수치를 보고 이분들의 희생이 있었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듣고 한분 한분을 더 생각하게 됐다”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특히 정윤 씨의 외할아버지는 6·25 참전 유공자여서 느낌이 남달랐다. 그녀는 “어릴 때는 교육적으로 많이 듣고 자랐지만, 돌아가시고 나서는 많이 잊고 살았는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다시 상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극기 배지2.jpg

캠페인을 시작한 광운대 학생들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이번 캠페인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온 세대가 통합되어 뭉치기를 바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재우, 정유진, 유지수, 이정윤 학생.

 

♣민-관-산 협력의 이상적인 결실, 국민에 의한 대국민 캠페인

 

이종혁 교수는 이러한 젊은 세대들의 좋은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국가보훈처에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소명의식으로 배지 사진과 함께 한 번 이야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보훈처의 반응은 예상외로 즉각적이었다. 김주용 6·25전쟁70주년사업추진기획단 단장과 최정식 팀장은 아이디어를 듣고 이틀 만에 맨발로 달려오듯 이 교수를 찾아왔다. 이 교수는 “흔히 학자들이 이상적으로 말하던 민·관·산 협력의 모델이 현실에서 이뤄졌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민간에서 제안해도 사장되기 쉬운데, 정부는 그 가치를 알아보고 기꺼이 받아줬고, 놀랄 정도로 빠르게 추진되어 대국민 캠페인을 만들어 주도하고 있다”며 칭찬했다.

 

특히 이번 대국민 캠페인은 민간에서부터 시작돼 상향식(bottom-up)으로 완성돼 의미가 남다르다. 교과서에서 볼 수 있었던 국민에 의한, 국민으로부터 온, 국민을 위한 캠페인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서부터 작게 시작됐는데 정부가 받아줬다. 국민으로부터 시작됐고, 정말 작은 외침이었고 코로나19로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보훈처가 적극적으로 진행한 덕분에 정말 짧은 기간에 일사천리로 거대한 대국민 캠페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국민과 소통하는 홍보, 캠페인은 결코 돈과 시간이 장애가 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는 이러한 정부의 열린 자세와 빠른 판단, 추진력으로 민·관·산 협력 아래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지금 시대는 분열과 갈등의 시기다. 각자 다른 이유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유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느끼는 바와 바람 또한 남달랐다. 유지수 학생은 “갈등의 시대에 이번 캠페인을 통해 분명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한뜻으로 모아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윤 씨도 이번 계기로 국민들이 하나로 모이길 바랐다. 그녀는 “요즘 사는 게 어려운 만큼,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적인 의식이 많이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느낌을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뭉치는 성향이 있는데 이번 캠페인을 통해 그런 의식이 다시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에 시작해서, 미래로 이어져야 할

 

네 명의 학생 모두 처음 태극기 배지 캠페인을 시작할 때는 20대에서 공감하길 원했지만, 이제는 20대가 노년 계층에 대해 감사하고 공경하며 세대를 통합하는 캠페인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캠페인은 반응만 보더라도 대성공이다. 하지만 이번 한 번만으로 히트작을 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캠페인 취지에 맞게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후손에게까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재우 씨는 “얼마 전 현충일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뵙고 왔는데, 이 배지를 나눠드리면서 취지를 설명하니 좋아하셨다. 앞서 말했듯이 20대 주도로 시작됐지만, 모든 세대가 함께 주도적으로 이 캠페인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 미수습된 숫자가 12만 2609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진 씨는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이 동참해주셨지만, 이 숫자가 0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면서 잊지 말고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태극기 배지.jpg

광운대 학생들은 이번 태극기 배지 캠페인을 통해 모든 세대가 미수습된 호국영웅 12만 2609명을 잊지 말고 끝까지 찾아주길 바랐다.

 

지난 9일 1호 태극기 배지가 1950년 10월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하고 그 유해를 찾지 못한 고(故) 서병구 일병의 외동딸 서금봉(70세) 여사에게 전달됐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캠페인의 뜨거운 반응을 보고 국민들의 의견을 자세히 듣고자 7월 말까지 수용도 조사에 들어갔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중간 데이터만 보더라도 국민들이 태극기에 대한 사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정식 팀장은 “6·25전쟁 70주년을 계기로 태극기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니 많이 공감해주셨다”면서 이번 캠페인의 성공 요인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스토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팀장은 “15년 전 영국의 포피를 벤치마킹해 ‘나라사랑큰나무’ 배지를 보훈의 상징으로 만들었지만, 관 주도로 진행하다 보니 좋은 취지와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포피가 대국민 보훈의 상징 배지로 성공한 것은 그 이면의 스토리가 국민으로부터 시작되어 자극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도 국민으로부터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것이 국민을 자극하고 공감하게 만든 것”이라면서 “정부는 그러한 국민의 작은 외침을 대국민 캠페인으로 발전시킨 것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보훈처는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캠페인을 더 확장할지 보훈을 상징하는 배지를 태극기 배지로 교체할지 고민할 예정이다. 정부와 광운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같다. 유진 씨는 “이번 대국민 프로젝트가 일시적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미수습 참전용사의 숫자가 0이 되는 그날까지 미래에 계속 이어져야 할 그리고 그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대와 이념을 아우르면서 국민의 대통합을 기원한다”고 원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자유의 소중함은 결코 저절로 온 것이 아니다. 6·26전쟁 전사자의 희생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며 감사해야 한다. 특히 아직도 찾지 못해 이 땅 어딘가에 잠든 12만 2609명의 유해를 ‘0’이 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수습해야 한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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