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코로나19로 한 달 미뤄진 5월 30일에 진행됐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정부에서 권고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가능한 일이었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파된 이래 최초의 연기였다고 하니 그 고뇌가 느껴진다. 그런데 1개월이 연기된 5월 30일도 음력 4월 8일(윤달)이니 부처님도 다 계획이 있으셨던 모양이다.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 기념행사가 전국 사찰 2만여곳에서 열린다고 해 남양주시 수진사를 찾았다. 태조 이성계가 산을 오르다 수려한 산세에 감탄해 이름을 지었다는 천마산 자락에 있는 수진사는 남정 큰 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 총화종 총본산이다.
사찰에 도착하니 사찰 입구에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 불가!’라는 대형 현수막이 일주문을 가릴 정도로 크게 부착되어 있다. 사찰에서 오늘 행사를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는지 느낌이 온다.
일주문에서 입장을 기다릴 때부터 1m 이상 거리를 두어 대기하도록 봉사자들이 안내를 하고 있다. 입장 순서가 되니 먼저 손 소독제를 받아 손 소독을 한 후 출입자 명부에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비접촉 체온계로 잰 체온까지 기재하게 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불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 이유가 궁금해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사전에 문자로 ‘마스크 필히 착용’에 대한 안내를 했다고 한다.
수진사 사찰 곳곳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방문객들이 수시로 손을 소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방문객들은 입장할 때 손을 소독했음에도 수시로 손을 소독하며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감염 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대웅전 안에 입장한 불자들은 1m 이상 거리를 두어 앉았다.
법요식이 진행되는 내내 답답하다고 마스크를 벗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아예 봉축 법요식에 오지 않은 신도들도 많아 대웅전 안이 횡할 정도로 예년만큼 참석자가 많지 않았다.
법요식을 주관하는 스님들은 물론, 법요식에서 음성 공양을 하는 합창단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합창을 하는 모습에서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불교계의 노력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끝난 후 점심 공양을 나눠 먹던 것을 올해는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주먹밥과 생수를 포장해 나눠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절에서 만든 맛있는 사찰음식은 못 먹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더 잘 한 선택인 듯하다. 법요식이 끝나고 신도들은 점심 공양 대신 주는 주먹밥을 받아들고 가능한 한 빨리 사찰을 벗어나 거리두기를 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오늘 진행된 생활 속 거리두기 봉축 법요식은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전국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해 한 달 동안 해왔던 기도 정진의 공덕을 중생에게 돌리는 의미도 있는 행사였다고 한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직접 참관해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 대형 종교행사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본보기를 보인 것 같은 의미있는 행사였다. 불교의 자비정신이 널리 퍼져나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국민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정책기자 최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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